생각 모음
<수림> 백민석
비우
2015. 11. 14. 00:56
<수림> 백민석 작가
‘그저 해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수림’이란 말은 이 소설에서 두 가지 해석으로 나뉜다. 맨 처음 나온 여자의 물로 이뤄진 숲과 어두침침하고 우울하게 내리는 긴 장맛비라는 뜻이다. 물론 두 가지 의미 모두 수림을 이루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남자는 아내와 이혼하여 홀로 살아가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우울증 환자인 연주라는 여자와 문자를 나누며(연주 쪽에서의 일방적인) 관계를 연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언제나 물의 터널 한가운데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간마다 이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이 수림의 두 가지 의미와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도 때도 없이 작중 내내 내리는 비와 해가 보이지 않는 답답함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그래서 모든 일에 신경을 두지 않다가 타인의 자살 사건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그 동안 답해주지 못했던 문자를 보고 물의 터널 하나를 살린 기분이 들게 된다.
이 소설에선 한 패턴으로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있다. 묘사 한 구절을 계속 이어서 주제를 끌어내는 방법이 눈을 끌었던 거 같다. 수림의 다른 의미 속에서 찾는 진정한 의미와 그곳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존재들. 주인공은 수림에 갇히지만 유부녀이기도 한 여자의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위안을 받고 때론 나오기도 한다. 아마 이 소설은 누구에게나 그런 수림이 하나씩 있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조심히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