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는 인간> 정소현
<실수하는 인간> 정소현 작가
“실수예요, 아버지. 잘 아시잖아요.”
실수하는 인간이 증거를 흘리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석원은 자신을 항상 실수투성이라고 말하지만, 소설 내에선 그가 실수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아마 ‘실패’를 실수로 읽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전형적인 학대하는 아버지와 새엄마 밑에서 자란 자식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실패작이었단 말이 된다. 작가는 그런 ‘원인’보단 결과물인 석원을 강조하고 싶어서 실패를 실수로 부른 거라고 봤다.
앞부분에서 나온 화분의 실수도 그가 벌인 살인의, 인생의 실패로의 암시였고, 애먼 죄를 뒤집어썼다는 자신의 망상도 새어머니를 죽였다는 자신에게서의 실패를 찾아낸 거다. 그렇게 실수라 옹호하면서 저절로 석원은 자신보다 그를 이렇게 망가뜨린 아버지에게서 실패의 이유를 찾았다. 쉽게 말하자면 저지른 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책임을 전가한 거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그런 주인공을 내세워 비극성을 극대화시켰고, 자신의 불행을 타인에게서 찾는 사람의 유형을 비판했다고 생각했다.
자칫하면 단순한 엽기 살인극을 더욱 풍부하고 고급스럽게 만든 요소는 여관숙 주인 여자였다. 소설 중간 마다 여자는 석원에게서 드러나는 잔혹성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결함이 드러난 석원을 눈감아주고, 약점을 잡아 옭아매어 마침내 그것으로 망가짐의 끝을 달리는 인물이다. 결국엔 ‘나’의 손에 살해당하지만, 이를 토대로 진실이 드러나게 되며 소설의 주제가 완성된다. 이 인물이 없었더라면 소설은 단조로운 서술로만 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