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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김애란 작가
흔한 엄마에게로 향한 딸의 애정이 담긴 소설이지만, 늘 이런 글들은 가슴을 울린다.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많은 게 대표적인 이유이다. 딸이 엄마의 구부린 등을 보며 느끼는 애정과 고통이 묘사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추억들을 끌어올리게 해준다. 이 소설에서 엄마의 칼을 보며 화자가 감지한 매서움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가 가정을 짊어져야했다. 다른 집안과 달리 엄마가 살림을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놓여있기에, 더욱 그녀는 강해져야 했다.
마을의 남자들은 새로운 애인들을 얻으려 했다. 화자의 아빠도 목욕탕의 여인에게 바나나 우유를 바치는 등, 정작 자신의 부인에겐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 전개 부분에서 엄마는 스스로 여성을 버리고 ‘나’의 뒷바라지를 해온다. 이 부분에선 국내 소설의 단골 소재인 어머니의 아픔과 헌신이 잘 나타난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늘 일상이었던 고통은 어디서나 느낄 수 있었다. 고로 조금 진부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냥 무심코 옆집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단순한 맥락과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면에선 조금 전개를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소설만의 강점이 있다면 역시 여운이겠다. 대부분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장면에서 딸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끝날 때가 많은데, 이 소설에선 마지막 부분으로 장례식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아버지라는 방관자 같은 인물상이 더욱 강조 되었다. 무관심한 면모에서 가정의 비극을, 그와 상반되는 어머니의 사랑이 끝에 나타난다. 그래서 그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딸에겐 친구 같은 엄마는 죽게 되면 자식에게 추억의 자국을 남기고 간다. 그것에서 우리들은 잊어왔던 사랑을 받는다. 난 그 사랑을 늘 믿어왔고, 이런 글들을 읽을 때면 항상 그에 상응하는 눈물이 나온다. 자신을 화자에 대입시켜 가정을 해보는 것이다. 내 엄마가 죽는다면 이러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하고 자학적 상상을 할 때마다 엄마와의 소중한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라 내게서 눈물이 나오게 한다. 이런 소설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독자를 울리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왜 모성애만을 강조했던 것일지, 작가의 경험과 관련이 있었는지의 여부이다. 아버지에게 조금 악감정이 있는 듯한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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