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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태풍(The Tempest)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으로 잘 알려진 태풍은 희극 대본으로, 꽤 단순한 스토리 줄기를 가지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면 몇 번이고 주제를 꼬아서 배치했을 법한, 그런 일종의 편견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평범한 내용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루는 핵심적인 언어는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봐야한다.
태풍이 집필된 시기가 영국이 신대륙 개척이 한창일 때와 겹치기 때문에, 이와 연관된 내용으로 엮어서 생각해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희곡 안에서 ‘야만인과 인디언’이라는 단어들이 인물들의 대사 속에 등장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가 무척이나 관객의 반응과 유행에 신경 썼던 것처럼, 이 부분 또한 그렇다고도 볼 수 있는 관점이다. 단순히 셰익스피어가 만성절(11월 1일)에 제임스 1세 앞에서 공연을 하기위해 집필했다고 하지만, 태풍은 많은 곳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추측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연극이 영향을 받은 소재의 원천을 ‘조난당한 어느 난파선 이야기’라고 말한다. 신대륙 버지니아를 향해 출항한 영국인들이 폭풍우를 만나 버뮤다 섬에서 좌초한 것이 주된 사건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섬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요정’에 착안했다는 점이, ‘마술’에 빗대어 표현했다는 점이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래도 이 사건이 전체적인 작품구상의 밑받침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그저 세간에 떠도는 소문이라 넘기는 것이 좋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이보단 동시대 극작가 J. 아일러의 작품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것에서 더 영향을 받았을 거라 추측하고 있다.
간단히 줄거리 소개를 하자면, 이야기는 밀라노 공이라 불리던 프로스페로가 동생 안토니오의 음모로 영지를 몰수당해 퇴출당하고, 외딴 섬으로 쫓겨나 딸을 키우다 어떤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계획이란 자신이 쫓겨난 왕국의 왕자와 자신의 딸을 사랑에 빠지게 하여 그 섬을 탈출하려는 것으로, 그가 습득한 마법으로 태풍을 불러와 지나가던 왕국의 배와 휘말리게 한다. 계획대로 왕과 떨어진 왕자는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요정 에어리얼에게 부탁해 알론조 왕을 위험에서 이끌어내어 자신들의 동굴로 유인한다. 그렇게 많은 사건 사고들을 지나 마침내(이것도 계획의 일부지만) 미란다와 퍼디넌드 왕자는 결혼하게 되고, 알론조 왕도 이를 승낙하여 해피엔딩으로 결말이 난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마법과 타인을 향한 원망, 그리고 용서’라는 단어만으로도 이 작품을 해설할 수 있다. 사무치는 원망의 감각을 누르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마법으로 위기의 순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하여금 그들을 용서한다는 스토리는 정말로 어찌 보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순간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자신만의 ‘묘사’로 기존에 있었던 비슷한 타 작품들과는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어김없이 수려한 문장이 반복되는데, 내용 중 튜니스 왕비를 가리켜 ‘태양이 우체부 노릇을 해준다면 혹시 또 몰라도. 달님 속에 사는 사람 갖고 말이 됩니까?’라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튜니스’ 왕비를 많이 꼬아 비난을 말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나타나고 있는데도, 우린 그것에 긍정하기보단 아름다운 글귀에 더 주목할 것이다. 그만큼 작품에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또 다른 면에서 이 희곡은 방백이 많다고도 할 수 있다. 안토니오가 세바스찬을 꼬여서 왕을 암살하려는 장면만 보아도 방백이 인물의 대사랑 맞먹을 만큼 등장한다. 그저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해석하기 어려운데, 이 부분은 더욱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나 생각해보았다. 과연 이러한 면을 무대에선 어떻게 보여줬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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