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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가게
2014.07.12~12.31, 대학로 더 굿 씨어터(극단두레 작품)
‘마술가게’는 몇 년 전에 공연했던 걸 똑같이 재연한 작품이라고 한다. 중간에 들어갈 개그 요소는 유행에 맞춰 변경하되, 기본적인 틀은 같다고 했다. 연극이 끝난 후 연출자와 관객과의 대화에서 밝혀진 내용으로, 덧붙여 ‘마술가게’란 제목의 의미도 꽤나 상징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연극의 이름을 처음 봤을 때의 감상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환상적인 연출 같은 것으로 다가왔었다. 몽환의 분위기에 무거운 느낌을 다룰 법한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관람하고 나니 제목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 조금 당황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제작진 쪽의 설명으로 ‘옷’의 특징에서 비롯된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브랜드 명품 판매 매장인 ‘마술가게’는 옷으로 사람을 변화시킨다. 기본적으로 옷이란 물건은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마다의 개성으로 승화되어 나타난다. 즉, 사람의 또 다른 특성으로 거듭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극 중에 등장하는 마네킹들에 걸쳐진 옷들엔 일반 서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또 그러한 옷들을 걸쳐보며 부러워하는 도둑들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네킹들과 반대되는 입장으로 그려지는데, 이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었다.
시작은 ‘마술가게’에 전시된 마네킹들의 대화로, 그들이 살고 있는 유리 안과 바깥세상을 비교하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꿈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비록 안쪽이 밖보단 안전하니 나갈 순 없지만, 가게 바깥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째서 어두운지 궁금하다는 말로 한 번 탈출을 시도해보자는 의견을 내놓게 된다. 그러나 그 시도는 타이밍 좋게 숨어들어온 도둑 때문에 무산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또 도둑이 들어오고, 다른 양상의 갈등이 시작된다. 이 장면은 전부 마네킹들이 지켜보는 것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이 연극의 특징이라 볼 수 있겠다.
마네킹을 제외한 이 극의 등장인물은 세 명이다. 전문 도둑과 도둑 지망생, 힘겨운 현실에 저항하길 포기하고 간접적이지만 도둑이 되어버리는 경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연극이 코미디를 간판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그냥 도둑들을 개그화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그래서인지 중간마다 나오는 사회 풍자용 대사들이 약간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것을 제외하고 연극의 주제를 형상화한 면에선 내용이 풍부했다고 본다.
예전부터 도둑질을 해왔던 아저씨는 도둑의 화려한 면만을 보고 그것에 열망하는 젊은이를 보며 혀를 차지만, 그 행위로 자신 또한 무의식적으로 비난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도둑이 되어버린 자신과 한낱 곁가지만을 보고 자신의 미래를 아무렇게나 정해버리는 청년을 비교하며 차이를 느끼지만, 실제론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다는 내용이 결말부까지 밑에 깔려 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가선 둘의 상황이 역전되기도 했다. 또 다른 면에서 도둑인 경비원은 처음에 등장한 도둑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자신도 똑같은 길로 나아가게 된다. 어찌 보면 이 연극은 사회에 도둑질과 같은 범죄가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는 본질적인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요지로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를 관찰하는 건 자신들의 옷으로 세상을 구분 짓는 것에 의미를 가진 마네킹들이다. 그들은 ‘마술가게’를 탈출하지 않고 자신들을 지켜주는 틀 안에 남기로 한다. 이는 현대인들의 개인주의를 나누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이 연극이 코미디라기 보단 다른 추상주의 극보다 더욱 추상적으로 보인 건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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