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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블루스/ 김종광 작가
옛 시골에선 소가 자산이라, 소를 팔아 양육비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소설들이 많았다. 그것이 일상이었기에 농촌 소설에서 주로 쓰이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지금은 소의 가격이 예전보다 떨어져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농촌 사람에게 소는 재산이기 전에 가족이었다. 그래서 자식인 소가 팔려갈 때면 모두들 눈물바다가 되었다. 또한 소는 개와 고양이, 또 다른 가축인 돼지, 닭과 다른 느낌의 소재로 쓰였다. 무슨 연유에서 소는 가축을 떠나 가족의 정을 함께 나누게 된 것일까?
‘나’의 집은 가난하여 소 한 마리 키우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쟁이를 부러워하며, 오쟁이네 소를 무임금으로 돌봐주는 자신의 아버지를 미련하다고 여긴다. ‘나’의 아버지는 소설의 묘사대로 완벽을 넘어선 정의를 추구하신다. 마지막엔 길러준 소의 배상금도 받지 않고 원래 주인에게로 돌려준다. 얼핏 보면 이 소설은 ‘나’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전부 ‘나’의 행동 결과로 나타나는 아버지의 태도를 은밀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의의가 있었다. 내가 소를 건져왔을 때도 간단히 주인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진짜 주인이 나타났을 때조차도 정이 들었을 소를 깔끔하게 되돌려준다. 이러한 모습들로 일반인이라면 하지 못할 이 소설의 진면목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나’의 뇌리에 자리한 아버지는 완벽, 양심추구자의 롤 모델이었다.
이런 아버지와 소의 결합은 상반되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마지막엔 형이 사온 송아지를 잘 키워가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정을 잘 보여주지 않는 아버지는 메마른 사람으로 묘사되어있었지만, 누구나 똑같이 속엔 뜨거운 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 부분은 소를 돌려주고 흘린 눈물과 송아지의 대를 이어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결말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즉, 아버지란 인물을 통해 작가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전개도 상당히 소설을 교훈적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