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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모음

앵초(김재영)

비우 2014. 7. 9. 22:14

앵초 /김재영 작가

‘돌베개 위의 나날’과 같은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나라라는 명칭의 거대한 사회는 자국민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못한 사람들을 멸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차별에서 시작하는 갈등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잠식하고, 그에 희생양이 된 사회적 약자들은 어쩔 수 없이 고초를 겪으며 하루를 연명해야 했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하윤과 그녀의 아들 보람은 서로 대치되어 나타나고 있다. 하윤은 뼛속까지 한국인이었고, 보람은 조국이라는 의미의 뿌리가 약한 인물이다. 둘은 전(前) 단락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이민자들의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타국에서 연약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의 이민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해 귀국하고 싶은 자와 국가 간의 유대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신(新) 세대의 사람들의 차이가 불러오는 안타까운 상황, 같은 민족, 가족끼리 갈등하며 타인을 이해할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앵초는 이런 비애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중간마다 ‘곰’이 나오는데, 이것도 ‘모자(황정은 著)’에서 나타나는 상징성을 사용했다고 보았다. 어머니가 본 곰은 빨치산의 아버지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곰의 형상을 보았다. 이것에 무슨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해서 유심히 살펴보니, 하윤이 곰에게 총을 겨누고 사건을 일으킨 장면이 떠올랐다. 왜 인물들이 곰을 핑계로 무서움을 강조했을까?

‘곰’을 현실의 압박 같은 것으로 생각해 보았다. 매일 밤 찾아오는 곰은 집을 어지럽히고, 사람들의 마음을 헤집어놓고 간다. 외국인이라고 차별받는 꼬리표를 달고 더 열심히 살아야하거나, 뒤처지지 않으려 애써야하는 고된 삶에 찾아오는 심리적 압박감을 표현했다고 여겼다. 그래서 하윤이 우창과 전화를 할 때, ‘지금 앵초꽃이 한창이거든. 곰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그러면 이 소설에서 앵초는 과연 무엇일까? 앵초도 곰과 반대되는 입장에 놓여있다. 인물들이 가끔씩 앵초가 핀 정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곰이 두려움의 시각적 상징을 뜻한다면, 앵초는 그 두려움에서 잠시나마 쉴 마음의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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