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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어멈/ 공선옥 작가
‘홀로어멈’을 읽으면서 ‘정옥’이라는 여자는 정말 강하게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아줌마에게서 저런 패기를 느낄 수 있다니 묘하기도 했다. 보통 저런 강함은 40대 중반쯤인 인물들로 서술될 텐데 말이다. 아마 정옥이 고생을 젊을 적에 많이 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내쳐져 시골로 이사한 이후부터 마음을 굳세게 먹은 탓에 있겠지만.
주인공 정옥은 아이 셋 딸린 이혼녀, 홀어미라고 불린다. 친구 순아를 자신과 비교하는 경향이 보이고, 도시 남자와 결혼한 것을 후회하는 모습이 나온다. 시골보다 도시를 동경하는 여성상과 달라서 조금 의외였다. 그곳에서 결혼 후에 모든 불행을 겪어봤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예전부터 타 소설에선 자꾸만 여자들이 주저하는 모습만 보여줘서 신선했다. 역시 이 소설에서 돋보인 문제는 단연 아직까지 남아있는 여성이라는 약자였다. 여자가 아니었다면 정옥이 과연 감나무 주인 할아버지에게 차별적 단어를 들었을까? 조금 비관적인 내용으로 들리겠지만 ‘애들까지 시키는 도둑년’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물론 남자가 여자들처럼 먹고 가는 것에 민감하게 굴면서 집착하진 않아 그럴 일이 없어서 그런 말들을 듣진 않아도, 유독 여자들만 저런 말을 들어야할까 궁금해졌다. 역시 생계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그래도 이러한 차별적 상황이 드러나는 건 이 부분으로 끝나서 그렇게까지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더 문제 같지도 않은 클라이맥스 부분의 ‘보이지 않는 신분 차별’에 관심이 생겼다. 이런 분위기가 중간마다 언급되었다. 순아와 자신을 대조시키며 나타나는 도시와 촌락이나, 가난한 정옥의 가정을 지원해주지 않는 사회를 비추는 작가의 시선에 주목하며 소설을 읽었다.
난 소설의 이런 부분들이 좋다. 사회의 문제들을 은근하게 나타내면서 소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작가들의 능력을 감상하는 것이 즐겁다. 여성스러운 문제의 비유나, 거칠지만 작가의 내면이 잘 살려진 묘사, 가벼운 느낌의 이야기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상황 전개 등 ‘작가의 능력’은 소설의 특성과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이 소설의 특징은 강인한 여성의 삶의 이유 속에서 여러 문제들을 표출한 점이라고 생각했다(작가가 이걸 노리고 썼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갑철이 창문을 깨고, 닭이 날아다니는 코믹한 부분은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즉, 딱딱해질 수 있었던 사회문제였지만, 여자의 삶에 가미하여 평범하지만 조금 색다른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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