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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황정은 작가
아버지가 모자가 되는 행위에서 상징성을 뽑아내고 주제를 찾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모든 이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체험의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해석이 제각각일 텐데, ‘모자’의 상징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에 따라 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 글을 읽었을 땐 판타지 소설로 인식했다. 곧잘 연관성 없는 곳에서 모자로 변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상징성을 잘 잡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형제와 아버지의 관계로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자가 되는 것을 자꾸만 들켜서 이사를 가야하는 집안사정에선 필시 ‘모자’는 좋지 못한 것을 뜻할 것이다. 중간 부분에선 세 형제의 각 사정들이 회상처럼 떠올랐고, 이 부분에서 가족에게 아버지란 존재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모자의 아버지는 형제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자, 숨겨야만 하는 골칫거리였다. 아버지는 첫째의 이야기에선 실직자로 무시당해서, 둘째 때에선 혼자 일을 처리하려다가 망가져버린 라디오 때문에 폭언을 받아서, 셋째 때는 학부모 참관일의 일로 모자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사건들로 보아서 아버지가 모자로 변하는 조건은 부끄러움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사회에서 연약한 아버지가 타인들의 앞에 설 때마다 처량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형제들의 시선엔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밟히는 모자로 처리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현대 소설에 나타나는 아버지란 인물의 지위가 낮아져서 생기는 문제들이 제기된다. 더 나아가 사회에서 도태되는 전개 과정을 잘 표현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선 너무 비극을 희화화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너무 한 단어에 상징을 부여한 나머지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글에 자극을 주는 건 좋지만, 한 부분만을 부각시켜 나타나는 부자연스러움이 껄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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