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셰익스피어의 십이야(The Twelfth Night)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 중 하나로 뽑히는 작품이다. 또한 희극 중 가장 사랑받는 희극이며, 그 당시 시대적 상황엔 조금 파격적일 수 있는 남장여자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제목이 십이야(十二夜)인 관계로 대부분 ‘천일야화’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을 하려드는데, 실제론 제목과 내용은 연관성이 없다. 본래 ‘십이야’라는 건 크리스마스 후, 12일이 지난, 1월 6일에 구세주가 나타나신 날을 기리는 축제의 전날 혹은 당일 밤을 말한다. 그 당시에 상영되었기 때문에 십이야라는 이름이 붙었을 뿐, 작품과는 관계가 없다. 또 다른 추측엔 이 희곡이 이탈리아의 오시노 공작을 위한 향연에서 상영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이 부분은 각자 해석하기 나름인듯하다.
등장인물은 간략하게 주연격엔 바이올라(남장일 땐 세자리오), 오시노 공작, 올리비아, 세바스찬으로, 조연격엔 마리아, 토비, 앤드류, 말볼리오, 광대 등이 있다. 주연들이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끌어간다면, 조연들은 스토리의 강약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희곡 속의 ‘어릿광대’를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극을 더욱 희극적으로, 희화화시키는 부분으로, ‘십이야’를 읽을 때 조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장 많은 부분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말볼리오라는 캐릭터에 좀 더 주목하는 것이 좋다. 신분상승을 갈망하며 마리아에게 속아 올리비아에게 매달리는 부분은 ‘십이야’라는 이야기에서 벗어나, 그렇지만 그리 많이 벗어나지 않은 곳에서 분위기를 환기시켜준다. 물론 광대의 역할도 이와 비슷하지만, 그 역할은 그것보다 더 구체적인 풍자를 자아낼 뿐이다. 진심으로 관객을 웃기는 캐릭터는 이 말볼리오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스토리를 담당하는 인물들을 관찰한다면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하는 건 ‘바이올라’다. 바이올라는 올리비아와 대조되어 나타나면서도, 또한 올리비아와 비슷한 면모를 가진 공작과 비교되는 인물상을 가지고 있다. 올리비아와 공작은 귀족의 품격과 자만심을 부각시키기 위해 중점을 둔 인물이라면, 바이올라는 이와 반대로 그 낡은 귀족성을 타파시키기 위해 등장한 개혁적인 인물로 비춰진다. 올리비아와 바이올라를 비교하자면, ‘사랑의 형태’로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바이올라가 남장한 세자리오를 좋아하는 올리비아는 자신의 프라이드를 높게 사고 있으며, 매사에 실속을 따지는 모습을 보인다. 세자리오에게 첫눈에 반한 그녀는 전형적인 상류층 여성을 본 따 만들어졌다. 그를 꾀어내려는 재주는 좋지만, 그곳에 진심어린 사랑은 없었다(이는 공작에게도 해당된다). 반면에 바이올라는 ‘여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길을 걷고자 했다. 이는 중간마다 넌지시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대사에서 볼 수 있는데, 예로 ‘아아! 여자가 허약하다하나 그것이 우리들 여자의 잘못은 아니야’라는 구절을 들 수 있다. 그것이 여자임을 인정하며 가련하다 여기는 바이올라는 진실을 꿰뚫어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의 특징을 잘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러브코미디와 잘 융합해냈다. 그 부분은 오시노 공작과 그녀의 대화에서 대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공작이 ‘여자가 품은 사랑을 내가 올리비아에게 품은 것과 비교하지 말라’라며 허풍을 떨 때, 바이올라는 여자의 진심도 남자 못지않음을 고백한다. 그에 더해 넌지시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는 부분도 장점으로 적용되었다 생각한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사건을 통해 당시 남녀 사상관의 차이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주제를 바이올라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셰익스피어가 관객들의 심리에 민감했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남녀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십이야’의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는 걸 배웠다.
'생각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자국(김애란) (0) | 2015.11.14 |
---|---|
셰익스피어의 태풍(The Tempest) (0) | 2015.11.14 |
룸넘버13 /대학로 극장[가자](극단아시아조이) (0) | 2015.11.14 |
마술가게/ 대학로 더 굿 씨어터(극단두레 작품) (0) | 2015.11.14 |
봉섭이 가라사대 (손흥규) (0) | 2014.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