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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모음

서시(윤동주)

비우 2015. 11. 14. 00:32

윤동주의 <서시>

[ 序詩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아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문제로 접한 시인이 윤동주가 아닐까. 그 정도로 한국 문학사에서 많이 다뤄지는 민족 시인으로, 이육사와 더불어 문학 시간 때 그 이름이 셀 수 없이 거론되었을 것이다. 나도 윤동주를 국어 시간 때 처음 접해봤고, 모의고사를 거듭할수록 그의 시가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간단하게 윤동주에 대해 언급하자면, 그는 일제강점기의 시인으로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특유의 감수성과 삶에 대한 고뇌와 애국심이 서려 있는 작품들로 인해 대한민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영원한 청년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일제의 강압과 회유책에 의한 문인들의 절필, 변절이 심화되어 많은 시인들이 문학계를 떠나갔다. 그러한 시절을 겪은 윤동주는 이육사와 더불어 민족 시인으로서 추앙받고 있다. 윤동주의 생애는 슬프게도 병사로 마감되는데, 일본의 생체 실험에 의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가설이 떠올랐다. 그렇게 해서 현재 남아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유고시집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가 쓴 시의 성격은 나이를 먹으며 변화하게 되는데, 만주에서 지내던 시절의 시는 대체적으로 발랄한 형태의 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20세가 넘어가면서부터 점점 삶에 대한 고뇌, 조국의 어려운 현실에 대한 고뇌가 시의 주제로 등장하고, 옛날의 평화로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이 강해진다. 그해서 1941년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삶에 대한 고뇌, 암울한 조국의 현실에 대한 주제의식이 한층 더 강렬하게 표현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윤동주의 유명한 작품인 <별 헤는 밤>, <자화상>, <참회록> 등도 이 시기의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친일행적이 없는 작가이기에 유난히 출제위원들에게 사랑받는다는 소문이 있다. 그의 시 대부분이 대체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이고, 1940년대를 대표하는 또 다른 민족 시인인 이육사의 시보다는 은유의 난이도가 낮고, 이상처럼 시에 어려운 기교를 부린 것도 아니기에, 수험생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로 꼽는다. 시에 담긴 주제의식 또한 학생들에게 상당히 건전하고 권장할 만하기에, 출제위원들도 잘 출제하는 듯하다.

윤동주의 시에서 볼 수 있듯, 문학 시간에도 그의 시를 소극적인 저항 시로 평가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저항시인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대부분의 문제집에서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 심지어 이것이 답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서서히 그가 저항시인보단 단순한 자아성찰시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도 이 의견에 약간 찬성한다. 그래서 <서시>를 언급했고, 이 시를 좋아한다.

<서시>는 일제에 저항한다는 내용보단 자신이 소극적임을 깨닫고 반성하는 흐름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점과 더불어, 마지막 연의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로 자신의 힘든 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일제에 저항하기 힘들어 소극적인 저항을 하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내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석이라지만, 다른 한 편으론 그저 힘든 세월을 견디지 못한 자신을 창피하다 여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구절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난 이것을 과거의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며 다짐하는 것으로 해석해보았다. 그래서 별이 바람에 스치는 것이다. ‘별’을 미래지향적인 자신을 상징한다면, 그 ‘별’이 고통 받는 현실 속에서 화자인 ‘내’가 또 다시 그 역경을 견딜 수 있을지 재차 묻는 것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서시>는 저항하는 시보단 성찰하는 시에 가까워진다.

윤동주의 다른 시인 <별 헤는 밤>도 좋지만, <서시>를 많이 접했기 때문인지 이 시가 가장 익숙하게 다가온다. 이 시의 의도가 정말로 미래지향이라면, 우리가 평소에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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