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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모음

산유화(김소월)

비우 2015. 11. 14. 00:37

김소월의 <산유화>

[ 山有花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 중 하나로, 대부분의 사람이 잘 알고 있겠지만 간단하게 작가 소개를 해보려 한다.

본명은 김정식(金廷湜), 소월(素月)이라는 호로 더 유명하다. 일제 강점기 당시 민족의 한과 정서를 그대로 담아낸 시를 써 민족의 대표 시인으로 불리고 있다. 흔히 그의 시를 보고 김소월을 현실에 대해 무감각한 예술가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론 일제치하의 현실에 대한 비판 등 현실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교과서에 맨 처음으로 시가 등재된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생으로 삶을 마감한 불운의 인물이다. 김소월의 시는 서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 중 <진달래꽃>이 가장 유명하다. 그 외의 대표작으론 <엄마야 누나야>, <초혼>, <먼후일> 등이 있다.

처음에 나는 김소월이 여자인줄 알았다. 이름도 예쁘고, 문체도 여성스러워서 그가 남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의 성별을 알게 된 나이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교과서에 실린 사진으로 충격을 받았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청년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운 전개다. 그만큼 그의 시가 아름다운 게 매력이라는 말이 되겠지만, 왜 김소월이 이러한 문장을 가지게 되었을지 의문도 가져다주었다. 소월의 민요적 어조에 큰 영향을 끼친 스승 김억도 있겠지만, 조사해보니 그의 과거의 암울함이 영향력을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폭행으로 정신 이상자가 되고, 오산학교에서 김억과 조만식을 만나고,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과 이루어지지 못했고(이때 초혼을 비롯한 많은 시들을 쓰게 됨), 유학을 갔으나 관동 대지진으로 다시 귀국할 수밖에 없었고, 실직자 생활을 연명해야했으며, 신문사를 차려 돈을 벌기 위해 시 활동을 포기하는 등 갖은 애를 썼으나 실패의 연속을 거듭하다가 자살로 삶을 마감한 비운의 시인이다.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자신도 착잡해질 정도로 안타까운 생애를 보낸 시인이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시들이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산유화>를 고른 이유는 이 시가 김소월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시를 접한 시절은 중학생으로, 시를 읽어도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알 순 없었으나 시가 정말 아름답게 반짝거린다는 걸 한 눈에 알아차릴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시를 지금 읽었을 때와 과거에 받았던 느낌이 다르다. 어릴 땐 그저 아름다운 문체에만 눈이 갔지만, 지금은 이 시에 담긴 김소월의 언어와 그의 과거를 비교해보며 약간의 슬픔을 느낀다.

첫 연에 등장한 ‘갈 봄 여름 없이’ 피는 꽃은 산에 홀로 피어있다. 이 꽃이 소월을 상징한다면, 그 당시의 소월의 심정이 이러하다는 해석들이 많은데, 난 그것보단 그 다음 연에 등장하는 작은 새와 연관 지어서 생각하고 싶다. 혼자 핀 꽃을 외로움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꽃을 좋아하는 새가 등장하면서 그 외로움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을 바라보기 위해 산에서 사는 새를 소월로 본다면, 마지막 연에서 지는 꽃을 보고 슬픔에 잠기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시는 다양한 관점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이 될 수 있겠다. 대부분 사람들은 꽃을 대상으로 생각하며 시를 읽는다. 그러나 <산유화>엔 두 생물이 등장함으로 그 관계가 살짝 달라진다. 그렇지 않다면 마지막 연에서 꽃이 질 이유가 없어진다. 이러한 이유들로 새를 진정한 관찰 대상으로 보게 된다. 그 새가 꽃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을 이 시가 표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마침내 그 영원의 꽃이 무너졌을 때, 그 광경들을 전부 바라보고 있었던 새가 과연 어떠한 기분이 들었을 지 상상해본다. 하지만 그 꽃도 첫 연으로 돌아가면 사계절 내내 개화를 거듭하는 꽃으로 나타나니, 작은 새도 잃어버린 기쁨을 되찾고 다시 산에서 울지 않을까, 그 풍경을 가슴 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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