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초 /김재영 작가 ‘돌베개 위의 나날’과 같은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나라라는 명칭의 거대한 사회는 자국민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못한 사람들을 멸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차별에서 시작하는 갈등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잠식하고, 그에 희생양이 된 사회적 약자들은 어쩔 수 없이 고초를 겪으며 하루를 연명해야 했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하윤과 그녀의 아들 보람은 서로 대치되어 나타나고 있다. 하윤은 뼛속까지 한국인이었고, 보람은 조국이라는 의미의 뿌리가 약한 인물이다. 둘은 전(前) 단락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이민자들의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타국에서 연약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의 이민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해 귀국하고 싶은 자와 국가 간의 유대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
모자 /황정은 작가 아버지가 모자가 되는 행위에서 상징성을 뽑아내고 주제를 찾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모든 이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체험의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해석이 제각각일 텐데, ‘모자’의 상징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에 따라 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 글을 읽었을 땐 판타지 소설로 인식했다. 곧잘 연관성 없는 곳에서 모자로 변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상징성을 잘 잡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형제와 아버지의 관계로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자가 되는 것을 자꾸만 들켜서 이사를 가야하는 집안사정에선 필시 ‘모자’는 좋지 못한 것을 뜻할 것이다. 중간 부분에선 세 형제의 각 사정들이 회상처럼 떠올랐고, 이 부분에서 가족..